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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없어진다"던 치료를 28번... 여에스더가 받은 전기경련치료란?
의사 겸 방송인 여에스더(61)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해 전기경련치료를 28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여에스더는 2026년 9월 1일 방송된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남편 홍혜걸과 함께 출연해 "2025년 10월부터 나쁜 생각이 없어졌다"며 우울 증세가 뚜렷하게 나아졌다고 전했다.
여에스더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병원 전임의를 지냈다. 앞서 2026년 2월 25일 공개된 디즈니+ '운명전쟁49'에서는 "의사지만 치유가 어려운 굉장히 오래된 우울증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있었다"며 오랜 우울증을 앓아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경련치료(Electroconvulsive Therapy, ECT)는 마취 상태에서 머리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1~2초간 전류를 흘려 인위적으로 뇌 경련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자살 충동이 심한 우울증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해당 치료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목적, 그리고 '28회'라는 치료 횟수가 지니는 임상적 의미를 살펴본다.
우울증 진료 100만 명 시대, 약이 듣지 않는 환자도 있다
여에스더는 입원 사실을 남편 홍혜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로는 "입원 당시 홍혜걸이 간유리음영으로 폐 절제 수술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입원 치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간유리음영은 폐 CT에 뿌옇게 보이는 음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22년 100만32명으로, 연간 100만 명을 처음 넘어섰다. 2021년 기준으로는 여성 환자가 남성의 약 2.1배였다. 문제는 약물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듣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 두 가지를 적절한 용량과 기간 동안 사용했는데도 증상이 충분히 나아지지 않는 경우를 치료저항성 우울증이라고 부른다. 이때 고려되는 비약물 치료 가운데 하나가 전기경련치료다. 다만 여에스더의 구체적인 진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기경련치료는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권하는 치료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먼저 시도하는 것이 원칙이며, 약물이나 다른 치료에 효과가 없을 때, 부작용으로 약을 쓰기 어려울 때, 자해·자살 충동을 빠르게 억제해야 할 때 고려된다.
전기경련치료, 마취 후 1~2초 통전, 한 번에 15분
전기경련치료는 우울증에서 흐름이 교란된 뇌 신경전달물질을 정상에 가깝게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자료에 따르면 환자는 치료 전날 저녁 이후 금식하고, 마취와 뇌파 감시 장비를 부착한 뒤 작용 시간이 짧은 수면마취를 받는다. 이어 소량의 근이완제(muscle relaxant)를 투여하고 머리에 부착한 전극으로 1~2초간 전류를 흘린다. 한 번에 약 15분이 걸린다.
근이완제를 쓰기 때문에 실제 나타나는 움직임은 발끝이 까딱이는 정도다. 환자는 수면마취 상태여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며, 마취 강도는 위내시경 때보다 약한 수준으로 설명된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2021년 개발한 '한국형 전기경련치료 가이드라인'은 2022년 3월 3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진료지침으로 인정됐다.
기억이 '지워지는' 게 아니라 특정 구간이 '비어 있는' 것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전기경련치료는 보통 일주일에 2~3회씩 6~12회를 한 주기로 시행하고, 주기가 끝나면 효과를 평가해 계속할지 정한다. 이 치료의 약점은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다. 효과가 줄면 재시행을 고려하며, 유지 목적일 때는 한두 번만 시행하기도 한다.
인지 기능은 대체로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2010년 국제 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에 게재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치료 직후 0~3일에는 검사 항목 다수에서 수행이 떨어졌으나 4~15일 사이에 대부분 회복됐고, 15일 이후에는 처리 속도와 새 기억을 만드는 순행성 기억이 오히려 치료 전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나간 일에 대한 기억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권순모 원장(마음숲길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은 "순행성과 역행성 효과가 겹치면서, 치료 시작 몇 달 전부터 종료 후 몇 주까지의 기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영구적으로 비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요한 구분은 이것이 앞으로 기억을 못 만드는 상태가 아니라 특정 구간의 내용이 비어 있는 상태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여에스더도 2026년 2월 방송에서 "그 치료를 받으면 기억이 없어지는데"라고 말한 바 있다.
전극 위치·치료 횟수가 기억에 영향... 효과와 부작용 저울질이 관건
전극을 어디에 붙이는지, 전류를 어떤 방식으로 흘리는지에 따라 기억에 남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2007년 국제 학술지 Neuropsychopharmac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환자 347명을 추적한 결과 전극을 머리 양쪽에 붙이는 양측(bilateral) 배치는 한쪽에만 붙이는 편측(unilateral) 배치보다 지나간 일을 떠올리지 못하는 역행성 기억상실이 뚜렷했다.
반면 같은 연구진이 이듬해인 2008년 국제 학술지 Brain Stimula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전류를 더 짧게 끊어 흘리는 초단파 펄스(ultrabrief pulse)를 오른쪽 한쪽에만 붙이는 편측 배치와 함께 적용했을 때 단기·장기 역행성 기억상실이 모두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모 원장은 "기존에 신경학적 손상이 있거나 치료 횟수가 많은 환자에서 심하고 지속적인 역행성 기억상실이 더 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작용이 적은 방식이 늘 유리한 것은 아니다. 2015년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게재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오른쪽 편측 배치에서 전류를 상대적으로 길게 흘리는 표준 펄스는 초단파 펄스보다 치료 효과가 약간 높고 필요한 치료 횟수도 한 번 적었다. 대신 기억력이나 집중력 같은 인지 기능 부작용은 검사한 모든 영역에서 더 많았다.
권 원장은 "초단파 펄스나 양측 대신 편측으로 하는 등의 방법은 그런 걸 줄일 수는 있다. 다만 치료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어서, 결국 효과와 인지 부작용 사이에서 잘 저울질해서 환자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이나 흥미 저하가 2주 이상 이어지고 수면·식욕·일상 기능에 변화가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약을 충분히 써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치료 선택지를 주치의에게 물어볼 수 있다.